29/10/2024
“나로부터 출발하는 시나리오 쓰기”
영화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를 해라”. “작 은 이야기부터 시작해라” 같은 말이었습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작가라면 모름지기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장대한 서사에 도전해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떤 창작 자들은 자기 참조적인 작업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예술가 의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작업이 예술가의 생애에서 어떤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지를 함께 살 펴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거나, 십대 때 형제가 병으로 죽었거나, 전 쟁에 참여했다던가, 이별의 상처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던가, 혹은 질병으로 매우 아팠던 경험 등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짐작합니다. 매우 비밀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소 설가의 에세이를 읽고 싶은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종종 이런 분들을 만납니다. “내 이야기 한번 영화로 만들어봐. 끝내줄걸? 한번 얘기해줄까?”, 또 어떤 분들은 “내 얘기? 하나도 재미없어. 지루하고 뻔하고 고통스럽기 만 하지 뭐.” 대단하다고 여기는 이야기가 진부할 때도 있고, 소박하게 꺼낸 이야기에 의외의 감동을 받으며 한 편의 소설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모든 예술 작품은 결국 개인이 겪은 경험과 감각이 치환된 결과물입니다. 내가 어떤 걸 보고, 어떤 걸 경험하고, 어떤 걸 감각하는지, 그 것들이 어떻게 시나리오로, 영화로 만들어지는지 제가 작업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 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강사 장건재.
#대전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