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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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자필 악보가 뉴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0월 27일,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뉴욕 모건 도서관(Morgan Library )에서 쇼팽의 자필 악보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즉시 세계 언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자필 악보에 대한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국립 프리데리크 쇼팽 인스티튜트 소장의 논평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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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자필 악보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쇼팽의 자필 악보 원본은 극히 드문 데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쇼팽의 음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피아니스트와 음악학자를 전율케 합니다.
뉴욕 모건 도서관에서 발견된 이 자필 악보는 쇼팽 자필 악보가 갖는 전형적인 특징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쇼팽이 파리에 머물던 초기에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갈색 잉크로 당시 널리 사용되던 종이에 작성되어 있습니다. 이 악보는 쇼팽 후기에 나온 악보보다 약간 더 두껍고 노란색에 더욱 가까우며, 초록빛을 띠는 바르샤바 시기의 악보와도 확연히 다릅니다.
이 짧은 작품은 음악적으로 화려한 양식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추정 작곡 시기(1830~1835)의 경향과 일치합니다. 폴란드에서 보낸 마지막 해에 쓴 작품,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명확한 감정적 심화를 겪고 난 후, 그리고 친구 얀 마투신스키에게 „피아노에 울분을 쏟아냈다”고 쓸 정도로 11월 봉기 실패로 인해 감정적으로 극도로 드라마틱했던 빈 체류 이후, 쇼팽은 빈을 떠나 파리에 도착해 화려한 양식을 다시 탐구했습니다.
1831년 12월, 파리에서 쇼팽은 스승 유제프 엘스네르 교수에게 이렇게 썼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제가 말씀해 주신 '보다 높은 예술관'을 잠시 제쳐두고, 피아니스트로 이 세상에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이 편지에서 엘스네르의 매우 성숙한 가치관뿐 아니라, 당시 음악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쇼팽의 인식이 잘 드러납니다.
쇼팽의 부차적인 작품 스타일을 보여주는 알레비의 오페라 '뤼도빅(Ludovic)' 중 'Je vends des scapulaires(스카풀라를 팝니다)' 주제에 의한 화려한 변주곡(Variations brllantes)’ Op. 12, 바이어베어의 오페라 ‘악마 로베르 주제에 의한 협주적 대 이중주(Grand Duo Concertant)’, ‘론도 E-flat major’ Op. 16 등이 이 시기에 나왔습니다. 이 작품들은 아마도 구상 단계에 있었다가 조금 나중에 출판된 초기 스케르초, 발라드를 제외하더라도, 그전에 출판된 초기 녹턴, 마주르카 또는 연습곡과도 비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거의 연주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자필 악보는 쇼팽 음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완성곡이며, 어떤 음악적 제스처 및 비르투오소 적인 꽤 단순한 피아노 트릭으로 꾸며진 주제를 보여줍니다. 이 자필 악보를 두고 아직 작품 전체로 구성되지 않은 첫 악상의 스케치라고 상상할 수도 있지만, 악보에 나타나는 특징이 작품 스케치와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받는 사람의 기념 앨범에 넣기 위한 선물 목적으로 쓴 것이라 보는 편이 더 가깝습니다. 크기가 크지 않은 편이며(약 10 X 13 ㎝), 이러한 유형의 악보에서는 매우 드물게 많은 연주 지시가 매우 자세하고 깔끔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제 선율이 나타나기 전 음악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순간에 sforzato (fz), sempre forte, fortississimo (fff) 같은 지시 사항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또한, 피아니스트에게는 단순하고 짧은 편인데도 손가락 번호가 표시되어 있는 것은 놀랍습니다.
음악적 관점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일종의 장식이 있는 멜로디, 반주부 음의 템포 변동과 같이 전형적인 쇼팽 특유의 특징과 베이스 부분에 거의 독점적으로 나타나는 ‘A음’, 화려한 양식에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바르샤바 시절의 스타일에서도 볼 수 없는 극도로 단순한 유형의 매우 진부하고 과잉된 표현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볼 때, 이 자필 악보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를 위한 선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헌정이나 작곡가 특유의 서명은 없습니다. 쇼팽의 자필로 ‘Chopin’이라고도 적혀 있지도 않습니다. 로스차일드 남작 부인이 출판한 왈츠 a minor, 녹턴 c minor처럼 쇼팽이 작곡 수업 중에 제자와 함께 곡을 썼던 흔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작은 크기와 꼼꼼하게 작성된 점으로 보아 신빙성은 없어 보입니다.
악보에 있는 메모의 필체 분석법은 일반 문서의 경우처럼 체계화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필 악보에 있는 메모는 쇼팽의 필체가 갖고 있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이 자필 악보는 정밀한 비교 연구를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서만 추가 분류가 가능합니다.
현 단계에서는 이 자필 악보가 피아니스트로서의 흔적이거나, 음악적 농담 또는, ‘세상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던 폴란드 작곡가가 만든 일종의 포푸리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박사
( dr. Artur Szklener, 국립 프리데리크 쇼팽 인스티튜트 소장)
📷 Fryderyk Chopin [?], 1810-1849, 'Valse' – 프리데리크 쇼팽 자필 악보(1830-1835 [?] 추정), recto. The Morgan Library & Museum, Arthur Satz 유증, 2019, 사진. Carmen González Frail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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