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3/2024
이경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침
3월 20일, 21일 양일간 진행했던 워크숍 ⟨꼬리에 꼬리를 물고⟩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며, 이경후 작가의 편지를 공유합니다.
말이나 몸보다 느리고 망설임이 많은 글자는 어쩐지 계속 쭈뼛댑니다. 말이 없고 몸이 없는 놀이는 조용하고 소심하네요. 대화하지만 소리가 없고 협력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편안함과 조마조마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여러분과 함께 말없이 홀로, 또 함께 글을 쓰며 부드럽게 경청하고, 부드럽게 요청하고, 또 배려하며 협력하는 과정은 두근거림도 있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습니다. 종이가 조심스럽게 오가는 과정에서, 저는 대면하는 관계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못하고 저장해둔 마음들을 꺼내 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몇 자 안 되는 글에도 이름과 나이, 직업 같은 것으로 알 수 없는 퍽 내밀하고 아름다운 개성과 감성이 묻어나는 것은 너무 당연하면서도 우리가 흔히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눈물이 나도록 웃고, 은연 중에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계획과 욕심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것’을 맞이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타인들의 힘에 의해 매 순간 생명의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 놀이가 이야기에 대해, 협력에 대해, 타인에 대해, 자신에 대해 남긴 작은 실마리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